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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피플 | DailyPeople

전창관의 방콕단상斷想(5) 히우 므어라이 꺼 웨 마! 언제라도 배고플 때면 들려주세요!

히우 므어라이 꺼 웨 마!
언제라도 배고플 때면 들려주세요!

 

태국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 그중에서도 전국에 9천개를 상회하는 매장을 프랜차이즈로 두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거대편의점 회사 CP All의 세븐일레븐은 남녀노소, 학력고하, 가진자와 못가진 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는 장소이자 간단히 한끼 때우는 요기거리 구입처이다. 오죽하면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한 직장인들이 “세븐일레븐 갈래 ?” 라는 말을 “식사하러 갈래?” 하는 말 대신에 대용하다시피 할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태국의 골목골목마다 들어선 세븐일레븐 매장 근처에는 인스턴트 편의식으로 개발해 판매하는 태국식 냉장 편의식품과 유사한 종류의 메뉴를 파는 노점상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태국민들에게는 자연스레 먹거리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곳이 세븐일레븐 매장 근처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서민대중들은 세븐일레븐에 가면 삼각김밥 뿐 아니라 한끼 때우는 먹을거리 초이스를 세븐일레븐의 인스턴트 식품 냉장진열대와 지근의 리어커 행상 이라는 두개의 시장에서 상황에 따라 골라 살수 있음은 물론, 식사 전후에 마시는 음료수 및 그외 생필품은 세븐일레븐에서 조달받는 일종의 재래시장과 현대적 편의점의 콘소시움 마켓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양자가 동의 될만한 임차금액 수준에서 세븐일레븐이 자신들 매장 앞 노점매대 임차료를 노점상들로부터 받음으로서 떳떳하게 세븐일레븐 매장 앞에서 장사하게 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에서라면 있을 수 없을 이 진풍경은, 어찌보면 참으로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상생’ 그 자체의 한장면 이기도 하다.


어쨌든 세븐일레븐측이 이렇듯 자신들 매장 주위의 노점들을 축출하지 않고 버젓이 매장전면에 유치해놓다 시피하는 이유는, 각 매장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Franchisee)들로 하여금 노점상들로부터 임차료를 받아 수익 일부를 벌충케 하는 효과와 더불어, 세븐일레븐의 소비자들도 ‘노점상 먹거리와 음료수 및 생필품을 동시에 살 수 있는 장소가 세븐일레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짐으로 인한 집객용 홍보효과가 있기에 서로가 고객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결과 인데, 그런 상황적인식이 급기야 세븐일레븐 매장 출입구에 태국어로 “If you hungry, please visit 7 Eleven”이라는 뜻의 슬로건까지 붙이고 있게 만든 것이다. 물론, 세븐일레븐 본사(Franchiser)도 이를 묵인해줄 뿐더러, 지방같은 경우는 심지어 이를 조장하기도 해서 마을 어귀에는 예외없이 세븐일레븐 매장과 노점상들이 공존하는 광경이 벌어져 있곤한다. 그야말로 태국 지방 마을 어귀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 대신에 세븐일레븐과 노점상들이 마을 입구의 상징처럼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노점상 이라면 무조건 박해하거나 시·도등 정부기관에서 박제형 자릿세 비즈니스로 관리하려들기도 하고, 그런 일을 이행하는 아전, 포졸(?)들이 자릿세 상납 부조리를 저지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참히 거리의 삶의 현장에서 쫓아내는 상황,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로 상당한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노점상을 거금의 권리금을 주고 사들여 정당한 세원 포착되지 않는 기업형 포장마차로 운영한다든지 하는 사례와는 다른 상생의 현장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노점 식당들이 위생적 측면에서나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차원에서 방콕키얀들에게 조차 호불호 문제를 야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태국 일반 시민들에게는 별반 무리가 없는 일상사인데다가 오히려 이런 상황 자체가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이기도 해서, 외국인 입장에서 뭐라 단정키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삶 - 안분지족(安分知足)’을 즐기는 그저 그들자신의 삶의 일부 일뿐 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안빈낙도(安貧樂道)적 삶을 즐기는 상황에도 문제는 있는 것이, 전국 9,000 여개소의 세븐일레븐의 태국 영업권을 CP All 이라는 태국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보니, 일반대중들이 이용하는 구매 수익금은 그들의 가맹점(Franchisee)들을 통해 고스란히 이 태국 최대 기업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만다는 점인데, 그 수익금중에 과연 노점상들과의 협업으로 인해 전체 파이를 키워낸 정도 만큼 그들이 가져가는 것인지, 아니면 노점상들이 먹어야 할 파이의 대부분을 이 대기업이 잠식해 먹어대는 것인지……


물론, 당연히 후자의 파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고.
어쨌든, 마치 우리나라가 70년대에 ‘저곡가정책’ 이라는 파행적 경제발전 도구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초근목피 할수 있을만큼의 환경을 만들어 그 과정에서 농촌경제가 피폐해지고 그런 농민들의 희생으로 저임금 산업경제 구조가 지탱되어져 왔었듯이, 태국 세븐일레븐 매장의 요기거리 제품 라인업은 하나같이 저가품 일색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그 식재료에 다수의 화학적 식향 가미제를 쓴 제품이 태반인 것 도한 사실이다 보니 국민들의 식생활 건강과는 사뭇 괴리감이 크다.

 

하지만, 하루 3백바트(1만원 정도) 일당의 막노동자나 한달 3십만바트(1천만원 상회) 상회 수입자나 모두들 사용 빈도수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세븐일레븐을 이용하여 먹거리와 생필품의 상당부분을 구입하는데다가, 판매 가격도 일반 대형마트 대비 거의 차이가 없고보면, 비단 세븐일레븐 뿐 아니라 다수의 태국 편의점들은 어찌보면 저임금 저물가 경제의 태국을 이끌어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한명으로 이동중 밥먹을 시간이 마땅치 않을 때는 차에서 내려 이 세븐일레븐 주위에서 간단히 한끼 해결하곤 하니 말이다. 그러니, 이 세븐일레븐이라는 존재, 참으로 어떻게 보면 태국인들에게 있어 ‘럭키 세븐 한 존재’인지, 아니면 “디스 이즈 타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상생속의 살생’의 한 장면일 뿐인지 참 모호하기 그지없다.


오늘도 양극화로 치달으며 ‘겉으로도 속으로도 늘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자의 첨예한 대립’이 늘 횡횡한 내 조국 대한민국과 내가 살고 있는 나라 태국은 어쩜 이렇게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르기도 한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