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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피플 | DailyPeople

전창관의 방콕단상斷想(8) 쌀국수의 경제학, ‘꾸어이띠아우’의 정치학

쌀국수의 경제학, ‘꾸어이띠아우’의 정치학

 

 

태국에 살거나 일시 방문중인 외국인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조차, 가성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대표적 물가기준치 산정 잣대가 있으니 다름아닌 쌀국수 가격이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한끼 간단히 때울수 있는 쌀국수가 방콕에서 한그릇에 ‘40바트 - 1천 3백원’ 정도 이고, 서울에서의 이와 유사한 컨셉의 간단식을 ‘5천원 - 150바트’ 짜리 짜장면으로 상정해 볼때 양국간 가격 수준차는 무려 4배에 달한다. 


한편, 80년말 태국에서 쌀국수가 20바트 정도 할때 한국의 짜장면은 1천원 정도였으니, 태국에서 쌀국수 가격이 2배로 오르는 기간동안 한국에서의 짜장면 가격은 무려 5배가 된셈이다.

 

어쨌든, 쌀국수와 더불어 태국민들의 일반 대중식사인 ‘카우팟-볶음밥’도 같은 가격수준이고, 심지어 대중 교통수단인 택시기본요금도 쌀국수 한그릇 가격과 똑같은 35바트 인데, 이러한 최저생계 관련 물가는 태국이라는 국가경제가 아직도 상당부분 저임금 구조에 머물러 있음에도 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기본 생계유지를 가능케 해주는 ‘상대적 저물가 구조’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거대한 축을 형성해 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도 7080 시대를 거쳐오며 일방적으로 농촌경제를 희생시킨 저곡가 정책으로 말미암아 파탄지경에 이르렀던 농촌의 경제인력 도시유입 초래가 해당 인력들의 생산현장 인력투입으로 충당되어지는 일종의 산업화 먹이사슬을 이루던 과정에 있어, 노동자들을 최소 생계비로 연명케 한 소위 ‘저곡가 정책’ 이라는 파행적 사회산업구조를 갖던 시절이 있었고 보면, 태국은 그에 한술 더떠서 이로인한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가성비 천국 생활 인프라’를 가지게 하는 ‘이원적 목적지향의 저물가 정책’을 쓰고 있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태국 물가도 예전 같지 않다느니’, ‘한국의 짜장면의 풍미에 어떻게 태국쌀국수를 가져다 대느냐’며, ‘택시가 싸면 뭐하냐 승차거부에 뭐에 진저리 난다’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저비용 생계비의 메리트는 한국인을 포함한 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부인할 수만은 없는 부분 일 뿐 아니라, 태국사회 산업경제의 기본골격을 떠받쳐주는 최하단부에는 ‘쌀국수와 볶음밥’의 가격과 ‘택시비와 버스비 그리고 사방 팔방을 내달리는 싼값의 오토바이’ 기름값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어찌보면 그 ‘별리된 생계비 비교우위’, 즉 ‘자국에서 만큼 벌어서 태국에서 쓰고 살면 상대적 생활수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속에 오늘도 무수히 많은 외국인들이 태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래저래 꾸어이띠아우 한그릇으로 한끼 식사를 대용하는 경우가 있을 때면,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운용하는 이면에 꽂혀있는 일종의 빨대(?)이자 ‘쌀국수의 경제학’과 ‘꾸어이 띠아우의 정치학’을 둘둘 엮어내며 그 최상층부에서 그런 불가분 관계에 놓여진 산업구조의 수혜를 누리는 세력들에 대한 생각을 이따금 해보게 된다.

 

뭐랄까, 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사무치게 이들에게 고마움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일지, 그도 아니면 태국민들을 대신해서라도 분노해야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늘도 이유고하간에 꾸어이띠아우 한그릇 잘먹고 난 연후에, 지갑에서 20바트 2장을 내밀며 방콕키안으로의 행복아닌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보면, 어느새 너무 Very Thai 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