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에 대한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대처, 아동의 목숨을 위협한다

지난 8월 14일, 보호자 없이 남겨진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로 중화상을 입는 참변이 벌어졌다. 이른바 ‘라면 형제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의 형제는 사고 이전에도 친권자인 어머니로부터 방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혜련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상 아동학대범죄(이하 ‘아동학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에 검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는 7,994건으로 2014년의 1,019건에 비해 무려 700%(684%)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산하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를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 학대, 방임으로 구분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최근 2019년까지 발생한 아동학대(경찰 접수 기준) 중에서 신체학대가 평균 72%를 차지하며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언어적·정서적인 위협·억제·감금·기타 가학적 행위를 의미하는 ’정서학대‘와 고의적‧ 반복적으로 아동 양육 및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써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인 ’방임‘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인 점도 눈에 띈다.

 

방임은 크게 물리적 방임, 의료적 방임, 교육적 방임, 정서적 방임으로 나뉜다. 이 중 물리적 방임은 아동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의식주의 제공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환경에서 아동을 방치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라면 형제 사건‘에서 문제 된 방임은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그런데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처분의 유의미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의 처분에 비해 구속률은 ▲2015년 3% ▲2016년 4% ▲2017년 2% ▲2018년 1% ▲2019년 1%로, 해마다 증가하는 아동학대 건수와 비교하면 매우 저조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학대받은 아동이 주 양육자이자 학대 주체인 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동학대는 범죄라기보다는 부모가 아동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는 인식 등으로 인해 사법기관이 강력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여행용 가방에 갇혀 목숨을 잃은 아동의 경우,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 내방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학대 정황을 발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은 경찰에 아동학대를 신고했지만, 친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린 적이 있다”라며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라고 약속해 훈방되었다. 당시 신속한 수사와 적정한 처분이 있었더라면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백혜련 의원은 “지난해 아동학대로 42명의 아동이 죽음에 이르렀는데, 사법기관이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은 아동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 강조하고, “아동의 발달·증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목숨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아동학대 범죄에 엄정한 대처를 촉구한다”라고 당부했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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