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아동·청소년, 배제 아닌 포용의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우범소년 규정 폐지 필요성 토론회’가 열렸다.
‘우범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소년’으로 현행「소년법」제 4조 1항에 규정되어 있다. 그동안 19세 미만의 소년에게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사법재판에 따른 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시을·3선)은 지난해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청 우범소년 송치 인원이 2016년 178명에서 2019년 799명으로 급증한 사실을 밝히고 우범소년 규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지난 9일 박완주 국회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에서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경기용인시병), 이규민 국회의원(경기안성), 최기상 국회의원 (서울금천구)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단법인 두루와 함께 <우범소년 규정 폐지 필요성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사단법인 두루 강정은 변호사는 국선변호사 당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우범소년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명확성의 원칙 등 죄형법정주의 위반, 시설보호아동에 대한 차별적이고 자의적인 처우, 객관적 통계 부재 등을 주요 근거로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를 ‘우려’를 이유로 처벌받은 우범소년 규정은 죄를 범한 아동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조장·강화한다는 점에서 더욱 폐지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국가인권위원회 박병수 아동청소년과장은 “인권위는 소년법상의 우범소년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 및 의견표명을 해왔다”고 강조하며 “소년법상 우범소년 규정이 국제인권 규범에 적합하도록 조속히 정비되어 이 규정으로 인해 아동청소년이 부당하게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져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법무부 양현규 소년범죄예방팀장은 “소년사법 절차에서 차별이나 과잉처분 없이 적정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범소년 폐지 필요성 논의에 공감했다. 이어 “다만 우범소년 제도하에서도 소년 보호조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상당한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우범소년 제도를 폐지하고 사회복지체계로 전환이 타당한지 여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고평기 아동청소년과장은 “현행 법체계에는 우범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을 대신할 수 있는 복지적 행정처분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범성이 있는 청소년에 대한 선도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나 인력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행 복지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소년의 인권 보호와 사회적 낙인 예방을 위해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우범소년 규정이 기능하고 있는 최소한의 선도·보호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대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팽주만 학교생활문화과 연구관은 “최근 교육부에서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효과적인 선도 및 교육 방안으로 학교장의 통고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학교장 통고제가 관련 학생의 수사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낙인되지 않으며 소년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재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선임연구위원은 “위기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복지라는 이유로 소년법에서의 우범소년 규정을 그대로 존치하고 있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소년사법은 어른들의 눈높이로 아이들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봐주고 어른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완주 의원은 “우범소년 제도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목적의 <소년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본격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면서 “오늘 제시된 고견을 바탕으로 국회 차원에서 위기아동 ·청소년을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책을 구성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