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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교섭이 많은 새 '까마귀'

 

[2011-01-09] 일자 기사

 

제주도 신화인 ‘차사본풀이’에서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강림이 까마귀를 시켜 인간세계에 전하도록 하였는데, 마을에 이르러 이것을 잃어버린 까마귀가 자기 멋대로 외쳐댔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죽는 순서가 뒤바뀌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죽어갔다고 한다.

 

이때부터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는 검은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지목하나, 붉은 색이나 금색으로 그린 까마귀는 태양 ·효도를 뜻하며 일본에서는 오히려 까치가 휴조고 까마귀가 길조로 여겨진다.

 

또한 옛날에는 행복을 안겨주는 새로 믿었고, 한 해의 신수를 보는 데 까마귀를 사용한 예도 있다. 아랍인은 까마귀를 예조(豫兆)의 부(父)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나는 것을 보면 길조(吉鳥), 왼쪽으로는 흉조(凶鳥)로 믿었다. 유럽에서도 까마귀는 일반적으로 불길한 새로 지목되고 있으나,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그리스의 종교에서는 예언하는 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 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마의 새이다. 까마귀에 관한 속언에 신성시하는가 하면 불길하다고 하여 싫어하는 등, 극단적인 전승(傳承)이 많았던 것은 신성한 새인 까마귀에게 길흉의 예언을 기대한 신앙의 결과일 것이다.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가 신화적 존재이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 ·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안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創世神)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어쨌든 까마귀는 인간과의 교섭이 많은 새의 하나로서, 그 울음소리가 인간을 자극하는 새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