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설치된 ‘얼굴인식 체온계’, 실제로는 ‘열화상 카메라’… 기능도 미흡
식약처 뒤늦게 보도자료 배포하며 대응… 하지만, 이미 수천대 설치·운영중
‘얼굴인식 체온계’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비접촉식 체온계가 실제로는 인증도 받지 않은 ‘열화상 카메라’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의료기기 인증을 담당하는 식약처의 늑장 대응으로 해당 기기는 이미 전국의 관공서는 물론 지하철역, 식당, 극장 등에 수천여 대가 설치·운영중이다. 뿐만 아니라 중대본에서 발행한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에서도 그 용도가 잘못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이번에 추가로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갑)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체온을 측정하기 위한 체온계는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 의료기기이며 2015년 이후 식약처에서 인증한 체온계는 모두 90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얼굴인식 체온계’로 알려진 제품은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며 A기업이 지난 5월부터 판매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제품이 인기를 얻자 A기업은 6월 들어 대대적인 언론 홍보를 진행했고, A기업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1,050원(6월 1일)에서 19,200원(9월 3일)으로 3개월동안 20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9월 4일, 해당 제품은 한 언론을 통해 체온계가 아님은 물론 그 기능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그제야 식약처는 보도자료(‘체온측정’ 반드시 ‘의료기기’로 인증된 체온계를 사용하세요)를 배포하고, 자체 사이버조사단을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심지어 지난 9월 18일 식약처 위해사범 중앙조사단은 A기업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앞서 지적한대로 ‘얼굴인식 체온계’는 정확한 체온 측정 기기가 아니다. 즉, 다중이용시설 입장시 체온 측정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서 발행한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3판)’속 내용을 살펴보면 ‘열화상 카메라로 증상여부 확인’이라는 표현이 무려 12차례나 등장한다.
강선우의원실은 위 잘못된 표현 발견한 후 식약처에 즉각 문의했고, 식약처는 ‘열화상 카메라는 보조수단이며, 체온측정은 인증받은 체온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중대본에 다시 한번 수정 요청했다. 수정된 내용이 반영된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4판)’은 10월 중 발행될 예정이다.
강선우 의원은 “체온계는 방역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지적하며,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니만큼, 새로운 IT기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