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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피플 | DailyPeople

혁신도시는 실패한 정책, 대규모 투자만이 혁신도시 살려

최소 세종시 수준의 투자와 기존 혁신도시로 2차 이전 한정해야 혁신도시도 살고 지역 소멸도 막아

 

 

전국 10개 혁신도시 노동조합 주도로 노무현 정부 이후 추진한 혁신도시 성과를 평가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수의 노동조합 간부들은 혁신도시 정주여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중앙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없으면 혁신도시는 실패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11월 3일 국회 포럼 ‘자치와 균형’과 혁신도시 기업도시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주최로 이전 기관 노동자의 삶의 질 관점에서 바라 본 혁신도시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기존의 토론회가 국회나 지자체 주도로 개최돼 지역발전과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해 2차 이전의 필요성이 강조된데 반해, 이번 토론회는 혁신도시에 실제 이주한 공공기관 노동조합 주도로 진행돼 이주자 관점에서 혁신도시의 성과를 가감 없이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토론회였다.


토론회 참석자 다수는 혁신도시가 청정이란 이름을 포장했지만 실제는 유해하고 오염된 환경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고, 10여 년이 지나도록 자가용이나 택시가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교통이 엉망이고, 교육 및 의료 문제로 혁신도시를 떠나 수도권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기존 혁신도시에 유치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조합의 사회 참여로 혁신도시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회는 김일중 한국콘텐츠진흥원노동조합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포럼 ‘자치와 균형’ 사무총장인 김영배 국회의원, 혁신도시 기업도시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여당 대표의원인 송기헌 국회의원, 토론회를 기획한 나주화순지역 신정훈 국회의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민원 광주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의 공공 연맹의 류기섭 수석부위원장, 공공노련 권재석 상임부위원장, 민주노총 박용석 정책연구원장,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부위원장은 물론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지역 혁신도시 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동계 각계가 대거 참여하는 이례적인 토론회였다. 토론회에는 약 50여 명이 참여했다.


축사를 한 김영배 의원은 “행정수도 완성을 비롯한 2단계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과 인구분산 정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협력과 관심, 정부의 원칙 있는 정책 방향과 지원을 통해 국회에서도 혁신도시 시즌2가 전국 곳곳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기헌 의원은 “혁신도시 거주자 및 이전 기관 종사자 입장에서 혁신도시의 성과를 평가하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의 눈에 띄지 못한 시즌 1의 한계를 발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토론회가 혁신도시를 활성화하는 변곡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정훈 의원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에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 지역의 신성장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 집적 여건 및 정주여건을 강화해야 하며 주거, 교육, 의료, 복지, 교통, 문화 등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형 SOC 확충을 혁신도시 성장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균형발전위원장으로 혁신도시 추진을 지휘했던 이민원 교수는 “살기 좋은 혁신도시를 만들고 최상의 교육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노라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과 다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소회하고 “모두들 공공기관을 물적 대상으로만 보고 있으나 더 이상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정부의 정주여건 개선 정책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실제 혁신도시에 정착하면서 경험한 사례 위주로 발표됐다. 첫 발표는 국토연구원의 김태환 박사가 맡아 국토부 과제로 연구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결과물을 설명했다. 김 박사는 “혁신도시는 수도권 인구집중 속도 완화에는 기여했으나 지역차원의 일자리 창출 및 혁신 창출을 위한 성장 기반은 미약했다”고 진단하고 “혁신도시 시즌2 추진을 통해 혁신도시를 국가균형발전의 신지역 성장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혁신성장, 정주환경, 상생발전 체계가 필요하며 혁신도시 발전지원센터의 설립과 지원 강화와 같은 거버넌스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혁신도시 유형별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신도시형 혁신도시는 충북혁노협의 서주형 정보통신산업진흥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표했다. 서 위원장은 지자체의 아마추어리즘과 중앙정부의 방기로 혁신도시의 성장은 한계 상황이고, 균형발전의 거점화에 실패해 지역과 혁신 도시가 공멸하는 빨대효과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행정적 자립과 통합도 안 돼 존립도 어려운데 혁신도시가 지역의 성장 거점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한 후 참고 견디다 못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잡아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은 기존 혁신도시로 추진하고, 지자체는 이전 기관을 지방의 특산물이나 사주고 기부나 하는 자선단체로 볼 게 아니라 변화의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시가지형은 강원혁노협 의장인 도로교통공단노동조합 이종상 위원장이 발표했다. 이 의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현재 이전기관 임직원의 지역 정착을 위해 약속한 지원 과제를 미 이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이전 지역의 생활환경, 교육복지 여건이 미흡해 단신 이주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후 “지자체는 조례제정 등 지원근거를 마련해 지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개발형 혁신도시는 부산혁노협 의장인 캠코노동조합 김승태 위원장이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 혁신도시는 협소한 단지에 과도하게 밀집되어 과밀화 및 확장성의 한계가 있고, 숙소 및 사택 부족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하고, “단순히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닌 혁신도시를 제대로 만들려면 그에 걸 맞는 투자와 지원이 필수”임을 지적했다.


이어서 혁신도시의 문제점 극복을 위한 대안을 부산국제교류재단의 안영철 사무차장이 거버넌스 관점에서, 광전노협 의장인 장재영 한국인터넷진흥원 노조위원장이 노동조합 관점에서 발표했다. 안 사무차장은 "혁신도시의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성장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성장을 위해 희생을 강요한 지역에 배분해 주는 시혜성 정책에 있다”고 진단하고 “혁신도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대안으로 "혁신도시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공공기관을 사이에 두고 함께 혁신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혁신도시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장 위원장은 “혁신도시는 폐기물 매립장, 처리장, 소각장이 산재한 소위 버려진 땅에 위에 건설돼 인간이 살기 어려운 곳이며, 지역의 나눠 먹기와 인색한 투자로 피어 보지도 못한 전설 속의 꽃”이라고 은유하며 “이전 기관 직원의 희생만을 강요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2차 이전이 또다시 나눠 먹기식으로 추진되면 지역과 이전기관의 공멸을 부를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장 의장은 대안으로 “최소한 세종시 정도의 중앙정부 차원의 투자”를 주문했다.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고형 쓰레기 연료 소각장 척결, 나주 지역을 예로 들면서 외고, 과학고와 같은 명문고 설립 또는 이전 등과 함께 혁신도시에 맞는 과학고 증과(나주의 에너지 학과 등), 문화와 소비를 향유할 수 있는 대형 복합 쇼핑센터 유치, 테마파크와 박물관, 전시장 등 문화 공간 조성 등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나주 쓰레기 소각장 문제에 대한 광주전남 혁신도시 노동조합의 투쟁 사례를 예로 들며 “노동자들의 적극적 연대와 투쟁으로 불비한 현실을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토론회는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질의응답에서는 기존 혁신도시의 실패와 노동조합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혁신도시의 모습은 노정 합의 결과물이므로 양대노총 차원의 강력한 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또한 혁신도시 시즌2 없는 2차 이전은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1차 이전 기관들의 고통을 2차 이전 대상 기관들이 답습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문 정부가 혁신도시를 위한 한 일이 거의 없다고 성토하고, 국토부와 기재부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혁신도시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에 혁신도시 시즌2와 2차 이전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