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동물보호법에 인명사고견의 처분 규정 없어…맹견만 10일 이내 격리
주철현 의원 “유기동물 문제 해결 위해 그릇된 반려동물 문화 개선 시급”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국회의원(여수시갑)이 인명사고를 일으킨 사고견과 버려진 유기견에 대한 모순된 안락사 현실과 반려동물문화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주철현 국회의원에 따르면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개가 사람을 공격해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망케 한 경우에도 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한 처분 규정이 전무한 수준이다.
‘동물보호법’ 제13조의2는 ‘맹견이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맹견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10일 이내(10일 연장 가능)의 격리조치일뿐이고, 격리기간이 지나면 소유자에게 반환토록 하고 있다.
게다가 이 규정은 사고견이 도사견, 로트와일러 등 ‘법정 맹견’인 경우에만 적용되고, 작년 5월 남양주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나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8살 아이의 개물림 사고처럼, 법정 맹견이 아닌 경우에는 이마저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인명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한 처분을 담은 법률 근거가 없다보니 사고견에 취해지는 조치도 관할 지자체나 사고견 소유자의 의사 등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실정이다. 실제 울산 개물림 사고견에 대한 안락사 절차는 경찰과 검찰의 이견으로 중단됐고, 남양주 사망사고를 일으킨 개도 사고가 발생한지 1년 이상이 지나도록 매달 40만원의 시예산을 들여 사설 동물위탁관리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인명사고견의 처분에 대한 법적 공백은 2024년 4월 27일 시행될 개정 「동물보호법(법률 제18853호)」에 따라 일부 보완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맹견’은 기질평가를 거쳐야 사육허가를 받을 수 있고, 공공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큰 경우 사육허가를 거부하고 심의를 거쳐 안락사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이미 사육허가를 받은 맹견도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한 경우에는 사육허가를 철회하고 심의를 거쳐 안락사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 사각지대에 있던 ‘맹견이 아닌 개’의 경우에도 사람이나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기질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개별 지정한 후 사육허가와 안락사 등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주철현 의원은 이와 관련 “시행까지 2년이나 남은 개정법에 따르면 여전히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법정 맹견이 아닌 경우 실제 인명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개는 맹견 지정 절차가 아니라 기존의 유기견 보호절차를 따르도록 규정돼 추가적인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명사고를 일으킨 개의 경우와 달리 버림받은 유기견에 대한 안락사 현실은 우리나라 반려동물문화의 그릇된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철현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유기견 안락사 처분현황’에 따르면 2019년 2만9,620마리를 포함해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11만9,783마리의 유기견이 안락사됐고, 포획부터 안락사까지 소요된 기간은 2020년에 32일, 2021년에도 42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수의 유기견이 단기간에 안락사되는 이유는 보호시설 수용 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2020년 한해에만 13만 401마리(개 73.1%, 고양이 25.7%)의 유기동물이 새로 구조되는 실정이라, 보호 유기견 중 일정 기간이 경과한 유기견은 안락사해야 시설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주철현 의원은 “개정법 시행으로 인명사고를 일으킨 개는 기질평가에 이어 별도 심사를 거쳐 안락사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입양되지 못한 유기견들이 매년 2만마리 이상 안락사되는 모순된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며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펫숍’에서 상품 고르듯 손쉽게 반려동물을 매매하거나, 즉흥적으로 입양했다가 싫증 나면 유기하는 그릇된 반려동물 문화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