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거북이의 죽음이 주는 斷想
사진 출처: 방콕포스트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
목숨이 끝이 없다는 뜻의 ‘수한무(壽限無)’에 18만년을 이르는 삼천갑자까지 갖다 붙이며 장수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장수동물이 거북이다. 거북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파충류 중 가장 오래된 동물 중의 하나. 중생대 지층에서 발견된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2억3천만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왔다는 계산이다.
한국에는 4종류의 거북이만 발견되지만 전세계로는 240여 종이나 되고,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든 서양이든 가장 오래 사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보통은 50년까지 살지만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은 200년까지 살기도 한다고 한다. 북극고래가 200년, 그린란드 상어가 400년까지 산다는 소수설도 있지만 거북이 처럼 장수동물로서의 광범위한 평판을 얻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거북이는 동물, 식물 다 먹는 잡식성이고, 딱딱한 겉껍질로 몸을 단단히 보호한다. 느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스트레스라곤 전혀 없어 보이니 장수하지 않나 생각된다.
최근 태국에선 단명(?)한 바다 거북 한 마리가 화제였다. 3월 21일 25세로 생을 마감한, 태국어로 ‘옴신’이란 이름을 가진 암컷 거북이다. 영어로는 ‘돼지 저금통’ 거북이로 불렸다.
거북이 옴신이 죽음을 맞자 어떤 태국 신문은 사람에게나 붙이는 ‘별세하다’란 뜻의 ‘pass away’란 단어까지 썼고, 영문 일간지 방콕포스트나 네이션지는 나라에 중대한 인물이 사망했을 때 처럼 검은 바탕 편집으로 거북의 죽음을 보도했다. 거북을 신과 인간의 복을 이어주는 연결고리(link)로 표현하기도 했다.
거북 옴신은 방콕에서 2시간 거리인 촌부리의 한 공원 연못에서 20년을 줄곧 살아왔다. 사람들은 공원을 찾을 때 마다 복(福)을 빌며 옴신이 사는 연못으로 동전을 던졌다. 옴신은 연못의 수초와 생물도 먹었겠지만 동전도 함께 삼켰다.
어느 날 옴신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병원 검사결과 몸 안에 동전이 가득찬 것이 발견되었다. 지난 3월 5일 옴신은 해군 동물병원에서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는데 무려 915개의 동전이 나왔다. 동전 무게만 5kg에 달했다.
동전 제거 후 회복세를 보이던 옴신이 사경을 헤매자 이 소식은 태국은 물론 CNN과 타임 등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의료팀이 2차 수술을 단행했지만 혈액 감염 등의 증세로 코마에 빠졌던 옴신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사인은 동전에서 나온 니켈 중독. 옴신의 니켈 중독지수는 평균치 보다 200배나 높았다.
거북이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은 동물을 이용해 복을 비는 행위를 금지하고 동물 서식지에 동전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태국 거북이의 죽음은 무심한 나의 행위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 누군가 또는 존재가 곤경에 처할 수 있으니 부디 주의하고 살펴 행동하라는 교훈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글/이유현·한태교류센터 KTCC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