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한인귀족’과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청년 해외취업
예전 어느 공중파 방송사에서 ‘한 달 200만 원으로 귀족 부럽지 않게 사는 은퇴이민 권장 프로그램’을 방송해서 한국의 중노년층 은퇴사회를 달구어대더니, 언젠가부터는 극심한 취업난에 지친 한국 청년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자, 동남아로 오라 !’ 시리즈가 언론 매체별로 한창인 것 같다.
도대체 언제적 귀족 생활비용 200만 원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키호테가 창을 뽑아 들고 봉이 김선달과 함께 풍차를 향해 내달리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연상되는 한 달 200만 원 생활비 동남아 귀족설?>의 허와 실에 대해서야 더는 이야기하여 무얼 할까 싶으나, 국내 청년취업문제 해결책 중 하나일 수도 있는 젊은이들의 동남아 취업진출을 유도하는 시각을 고작 <저녁이 있는 푸근한 삶이 여기에 있다>로 몰아대는 지나친 우상적 비유 기사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의 해외 진출이 200만 명 선을 넘어섰다고도 하고, 대학 진학률이 세계 1위지만 대졸 취업률은 50%를 훨씬 밑도는 한국적 청년실업 상황의 분출구로서 동남아가 갖는 매력도는 여러 가지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동남아가 무슨 아메리카 신대륙이고 태국인들이 인디언도 아닌 바에야 이런 지나친 선동적 ‘동남풍’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옷의 첫 단추를 끼우는 청년 조조(?)들을 제갈량의 ‘화공’의 불바다로 뛰어들게 할 수도 있는 상황인 점에 대한 다방면의 고려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26세 동남아 취업 여성 청년 취업 관련 기사 내용을 보면, <현지어를 하루 3~4시간씩 몇 개월 공부해서 일상회화가 어렵지 않은 수준이 되었고, 이후 봉제완구 제조회사에 초봉 4,500만 원 정도에 입사해서 4년 차에, 한국 대기업 내지는 시중은행에 취업한 친구와 대등한 봉급 수준이 되었으며, 어엿한 4시 반 칼퇴근에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으며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을 일 년에 두어 번 밖에 볼 수없다는 점 외에는 모든 점이 아쉬움 없이 원활하게 느껴진다는데, 이건 뭐…….>
물론, 각 국가 간에 구축 된 교육 및 산업 인프라의 높낮이와 고저에 따른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각종 재화의 국별 경쟁우위 비교에 따른 교역 및 상대방 국가로의 진출은 언제나 유효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치 동남아로 튀어나와 현지어 몇 달 배우면 얼마든지 좋은 직장과 여유로운 생활을 구가할 수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의 현지생활에 대한 우상적 사고를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현지생활에 대한 막연한 우상적 생각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현지생활의 득실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자신이 가진 장단점과 동남아 현지의 실상을 우선 잘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역량(Competency, Technology, Know-how)은 무엇이며, 그것이 체계적(Systematic)으로 움직일 수 있게 최적화되어 있는지, 그런 것들이 현지 채용시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 및 성과(Performance)로 나타날 기준치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선험 진출자의 고행담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는 맞지 않는 현지생활과의 벽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행 와서 다들 느끼는 동남아 특유의 여유로움이 한국에서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생활상 대비 그 전개되는 상황이 초기양상에 있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뭇 호의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던가 말이다. 이문화 라는 복병과 청년들 각자의 중장기적 라이프 사이클에서 비추어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생길 수 있는 경력관리(Career Path) 괴리감은 또 다른 함정이다.
생각해 보자! 적벽대전에서의 ‘동남풍’은 치밀한 화공을 준비한 제갈량의 노력과 그 준비를 승리의 기회로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갈구한 열정이 합치되어 만들어진 것이지, 그저 난데없이 ‘동남쪽에서 불어 닥친 훈풍에 편승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남풍을 일으킨 간절한 제갈량의 기도도 알고 보면 지구의 위도권에 따라 동에서 서로 불어대는 소위 무역풍이 적벽대전이 일어날 시점에 산 위에서 바다를 향해 불어 내리는 것을 미리 잘 알고 있던 제갈량의 갈고 닦아 온 지혜를 전술적으로 이용한 것이지, 그저 하늘이 촉나라를 도와 불어준 바람은 아니었기에 말이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원안은 국내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장년층 사람들이 그 차별화된 경력과 내재한 선험적 지식을 가지고 동남아 노동 시장의 틈새시장(Niche Market)을 파고들어 현지 정착을 시도하는 것이 효율적인 면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과열 이상의 치열한 경쟁으로 노동시장의 레드오션이 된 것 같은 국내에서 벗어나 동남아를 블루오션으로 보고 무경력자들이 다소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도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져야 할 상황 일수는 있을 것이다. 그럴경우, 개인적 삶의 사이클의 중장기적 전략구사 측면이나, 실제 동남아 노동시장 내 투사되어질 노동생산성의 효율성에 견주어 볼 때,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귀농 현상과 그 적응 실태 과정에서 벌어진 형태와도 유사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짚어보고 되새겨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동남아에서 해외취업 적벽대전>을 벌이고 싶은 청년취업 희망생들은, 꿩대신 닭이라는 다소 뭉게구름 같은 돌파구적법 사고 또는 막연히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다는 다소 몽유적 이라고까지 보이는 생각을 버리고, 현지 이문화에 대한 적응능력과 자신의 내재된 능력의 순수가치를 잘 판단해, 한국 사회에서 귀농 몇 년 만에 도시로 회귀하는 리터니(Returnee) 같은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매사 진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어느 실패한 노 기업가의 말에서 배울 점을 찾되, 돌다리도 두둘겨 보며 딛는 심정으로 너무 지나친 몰입은 삼가하고, ‘세계는 할일도 많지만, 해외로 나가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과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라는, 그리고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이 세상 절반인 본인 자신으로 부터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부화뇌동함이 없이 동남아 모집리투르팅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지, 오늘, 저녁이 있다는 동남아 태국에서 혼자 조용히 비아 씽(Sangha Beer) 맥주 한잔 따라 놓고, 태국의 산들바람(Thai Breeze) 사이로 오가는 분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생각들 해보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