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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피플 | DailyPeople

해리의 "태국 이야기"(5) 변함없는 태국의 갑부들

변함없는 태국의 갑부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어김 없었다!
태국 최고 갑부들의 이름은 여전했고, 서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태국 50대 부자들은 2016년보다 총재산이 1,235억 달러나 늘어났다. 이들 재산은 태국 전체 국민 6천700만 명 GDP의 4분의 1 수준이다.


주식보유, 부동산 등 공개된 재산만을 토대로 매년 세계의 부자들을 발표하는 포비즈(Forbes)지가 발표한 2017년도 태국의 부자서열은 여전히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이들은 경기침체의 아우성 속에서도 여전히 주체 못할 정도의 천문학적 돈을 보유했고, 그 돈을 밑천으로 굴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태국 최고의 부자는 단연 CP 그룹의 다닌 회장 가문이었다. 다닌 채라와논(Dhanin Chearavanont) 회장과 그의 3형제들이 보유한 재산은 무려 215억 달러(한화 24조 7천억 원). 어떻게 어떤 분야의 사업을 확장하고 잘 됐는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1년 전보다 30억 달러(3조 4500억 원)나 늘었다. 한국 최고부자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2016년 재산은 135억 달러(15조 원)로 알려져 있다.

 

CP 그룹 다닌 회장. 사진출처/방콕포스트

 

CP 그룹은 부동산, 위성통신 산업 등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애초엔 냉동 닭고기 등 식료업으로 자리를 잡은 회사다. 태국 전역 1만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트루비전 등이 다 CP그룹 소유다. CP는 다닌회장의 부친 치아 엑 초르가 태국 방콕 차이나타운에 설립한 종묘상 ‘치아타이’로부터 출발했다고 전해진다. 다닌 회장의 부친은 중국 광둥성 태생의 화교다. CP는 태국어로 ‘고객의 번영’이라는 뜻.


CP는 초창기 사업인 종묘에서 사료, 농장, 곡물 무역으로 영역을 확대했는데 다닌 회장은 네 아들 중 막내로 사업감각을 인정받아 30세 때 회장자리에 올랐다. 다닌 회장 가문은 2010년부터 줄곧 태국 재산가 1위를 지켜오다 센트럴 그룹에 한번 선두를 내 준 것 외에는 최고 갑부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CP의 매출 중 절반이 중국에서 나오는데 다닌 회장은 태국 전역에 무료식량 배급에 나서기도 하고 자선사업도 벌이는 등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인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CP 그룹은 1939년 생으로 78세인 다닌 회장이 올해 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이 해외사업, 둘째가 국내사업을 맡는 등 두 아들이 쌍두마차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태국의 두 번째 부자는 TCC 그룹의 짜런 시리와타나팍디 회장으로 154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공개됐다. 역시 1년전보다 재산이 17억 달러나 더 늘어났다. 지난 4월 짜른 회장은 방콕 라마4세 거리와 와이어리스 거리에 1200억 바트(약 3조9천억 원) 부동산 투자 계획을 발표해 깜짝 놀라게 했다. 73세의 짜런 회장은 타이 베버리지 창업주로 과거 태국의 술 산업을 독점하며 돈을 모았다.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지금도 잘 팔리는 창비어는 한때 태국 시장점유율이 60%를 넘기도 했다. TCC 그룹은 태국 최대 부동산그룹으로 아시아는 물론 영국 미국 등에 50개의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센트럴그룹을 이끌고 있는 치라티왓 가문은 153억 달러의 재산으로 3위에 랭크됐다. 부동산, 유통, 호텔 등을 보유한 센트럴 가문도 1년 전에 비해 재산이 껑충 뛴 것은 물론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변하지 않으면 그 돈 지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는 모양이다. 이 센트럴그룹의 총수 역할은 토스 치리티왓회장이 맡고 있는데 지난해 교수, 전 은행장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그룹 경영시스템에 획기적 변화를 주었다. 경영진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센트럴그룹 7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황소 그림이 그려진 피로회복 드링크제로 잘 알려진 레드불의 찰럼 유비다 회장은 125억 달러로 4위에 올랐다. 경찰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를 내고도 여전히 감옥에 가지 않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논란을 일으킨 아들 때문에 그룹 이미지가 깎였지만 재산은 28억 달러나 증가했다.


현재까지 태국 공항을 독점하고 있는 킹파워 면세점의 위차이 회장은 47억 달러로 5위에 랭크됐다. 작년에는 태국 갑부서열 7위였는데 올해는 2단계나 뛰어 올랐다.


이 밖에 6위는 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공중파 TV 채널 7을 소유한 크릿 회장이 차지했다. 크릿회장은 K-Bank, 시암시멘트 등의 대주주 이기도 하다. 7위는 태국 생명보험회사를 소유한 중국계의 외닛 회장, 8위는 태국 최대의 사설병원인 방콕 두싯 메디컬서비스 및 방콕 에어웨이의 프라섯회장이 차지했다. 9위는 84년 전통의 싱하비어 총수인 산티 회장이었다. 태국 10대 부자 중 올해의 7~9위는 1년전에 비해 재산이 조금씩 줄었다. 하지만 이들 3명이 줄어든 총액은 고작(?) 9억 달러로 다닌 회장가문에 늘어난 액수의 3분의 1도 안 된다. 10위는 인도 국적으로 태국 플라스틱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인도라마 벤처의 알로케 로히아 회장이었다.


태국 부자들의 많은 수는 할아버지가 중국계였다. 부자들은 방송, 통신, 보험, 부동산업 등으로 진출하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그 시작은 먹고 마시는 종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태국 부자는 모두 쌀국수 장사로 시작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 경제 구조는 부자들이 부(富)를 독점하며 자본의 중요성이 어느때 보다 커졌다. 태국 쌀국수 장사는 끝내 쌀국수 장사로 남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1년에 몇조원 씩 재산이 느는 태국 갑부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