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타일랜드~’ Vs ‘다이나믹 코리아!’
태국의 관문인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내리면 태국을 상징하는 캐치 프레이즈 ‘어메이징 타일랜드~’가 아로새겨진 수 많은 홍보문안들을 접하게된다.
기실 태국이 이래저래 좀 어메이징 한 점들이 많다는 것이야 이곳에 오래 살았던 사람 또는 일시적으로 방문한 여행객들 모두 다소간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따금씩은 그 ‘Amazing’이 사전적 의미인 ‘감탄스러울 정도의 놀라움’을 넘어 ‘뜻밖의 놀라움’인 ‘Surprising’으로 다가서는 경우도 많이 접하게 됨은 굳이 말해 무엇할까 싶다.
하지만 한걸음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그런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상당수의 경우가 늘상 다이나믹(?)하고 스파클링(?)하게 사는 것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생활관습이나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 어언 태국체재 누계연수가 20년을 넘어가는 필자로서도 이런 문제들과 부딪쳐 현지생활에 이모저모 혼란을 겪곤한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과 접하는 개연성을 줄여나가는데는 아무래도 ‘태국스러움과, 태국다움 즉, Thainess와 Very Thai(쾀뻰타이 태태~)’에 대한 이해도를 늘려 나가야 함은 새삼스레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편협한 시각으로 나마 태국인들의 삶의 정서를 한번 요약해 보면,
1. 안분지족(쾀퍼피양) :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함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도 이만하면 족하고(깐므엉 피양퍼), 경제도 이만하면 양호하다고(쎄타낏 피양퍼)고 여기는 마음가짐
2. 무질서속의 질서 (쾀미라비얍 나이 쾀마이뻰 라비얍) : 도로변에 무수히 난립한 것처럼 보이는 스트리트 푸드 노점상 파워로 CNN이 선정한 “World’s no.1 city with the best street food”를 연속 2년째 일궈내고, 정부 또한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수상이 직접 치하하는 분위기에서 생겨나는 소상인 기반 국가 안정력
3. 온정주의(남짜이), 사양지심(끄랭짜이) 그리고 나눔의 미학(첩뱅빤) :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가짐으로, 세븐일레븐 앞에 온갖 스트리트 푸드 판매상을 비롯한 노점상들이 늘어서 장사하는 상생경제 모습 등등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실 우리나라도 향약과 두레 그리고 품앗이 같은 협동정신 뿐 아니라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이 두드러진 민족이었음은 물론, ‘콩한쪽도 나눠먹기 정신’에 충일했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보릿고개 넘어 마주한 개발경제의 숨가쁜 언덕받이를 오르며 익숙해진 ‘다이나믹’과 ‘스파클링’ 그리고 이제는 세계인이 허와 실을 살짝 알아 채버린 ‘빨리빨리 정신’의 난무함 속에서, 우리는 그러한 전래의 미풍양속에 기반한 마음의 풍족함을 잃어버린 채 몸살을 쳐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습성에 배인 행동양식을 우리가 생활하는 나라 태국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요구하고 실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 와서 살아가며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일관할 수는 당연히 불가능할 것 일 뿐더러, 그렇다고 취사선택 조차 없이 덩달아서 ‘짜이옌옌’과 ‘마이뻰라이’만 맞장구 쳐주며 살아갈 수만은 없겠으나, 우리들의 태국생활도 나름의 ‘Neo Koreanness’와 ‘Neo Very Korean Spirit’을 새롭게 정립해 나감과 동시에, 태국인들의 ‘Thainess와 Very Thai’정신에 어우러지는 생활을 해 나간다면, 그 이상 더 바람직한 한국인의 ‘사얌 라이프(Life in Siam)’가 또 어디에 있을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