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물 퍼다 팔던 ‘봉이 김선달’이 아닌 ‘거상 임상옥’으로!
작년 이맘때쯤 Marketeer라는 태국의 마케팅 전문잡지를 들여 보다가 순간 아연했다. 이제까지 전혀 들어본 적 조차 없는 어느 한국산 프라이팬 제품이 글로벌 마케팅조사기관인 Nielsen(2016년 7월자)의 태국내 광고비 집계 실적에서 2016년 6월 단 한달간 에만 무려 1억 6천만 바트(약 53억원)를 사용하여 3위인 삼성 핸드폰(9천 5백만바트, 약 31억원)과 6위인 코카콜라(6천 8백만 바트, 약 22억원)를 제치고 태국내 광고비 사용액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또한, 생산 품목별 집계가 아닌 당해기간 이 회사 전체의 마케팅비용과 태국내 여타 유력 글로벌회사들이 투자한 마케팅비용을 전체 금액으로 비교해 볼 때도 태국내 업계 광고비 지출의 맹주인 코카콜라뿐 아니라, 태국 1위 통신업자 AIS와 삼성전자 전체를 제치고 5위로 등극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적 대기업 삼성전자 외에 또 다른 한국회사가, 그것도 전혀 들어도 본적도 없는 무명의 한국산 프라이팬 회사가 Top 10 광고비 지출 랭킹에 오른 상황을 접하고 보니, 기쁘기 보다는 그 진위가 궁금했던 것도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 데다가, 혹시나 하며 태국 TV방송을 켜보니 수시로 이 회사 광고가 노출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반신반의와 의아함 속에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덜컥, 이 회사의 과대광고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이 무려 16억5천만바트(한화 550억원) 상당의 집단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음이 방콕포스트에 보도되어 또 한번 경악했는데, 태국소비자보호협회는 이 회사의 TV광고 중지를 명령하고 본격적인 품질조사에 들어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한국산 프라이팬 제품의 원가인데, 당초 광고에 정상가 18,000바트(약 60만원)짜리 제품을 3,900바트(13만원)에 할인판매 한다고 광고했었으나, 이 집단소송에 즈음하여 실제 수입원가는 300 바트(9천원 내외)인 것으로 태국 세관에 의해 밝혀졌는데다가, 어느 소비자의 SNS제보로 싱가폴에서는 동일회사제품이 600바트에 팔린 것이 알려지면서 파동은 극대화 됐다.
그 와중에 이미 수십만개 이상이 수입되어 그 중 절반 정도가 이미 소비자들에게 시판되어졌다는 보도가 잇달았기에, 이 문제가 일으킬 파장이 품질문제를 중심으로 한 과대광고 여부에 그칠 것인지, 그 외의 수입가격 덤핑 내지는 한국산 제품의 원가관련한 소비자들의 분노로까지 치달을지는 알수없는 상태이나, 이로 인해 그간 쌓아온 태국내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 손상은 일정부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쨌거나, 한 국가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마케팅이 깜짝 쇼나 단기적 베팅 일수는 없음이 너무나도 자명하기에, 이 ‘코리아 킹 프라이팬 사태’를 어느 일개 한국산 프라이팬 제조사와 수입상의 해프닝으로만 바라보기에는 그 시사하는 바가 사뭇 크다 할 것이다.
무릇 마케팅의 3원칙은, 첫째는 ‘제품의 품질’이고, 둘째는 ‘광고나 홍보 등을 통한 브랜딩’, 셋째는 ‘고객관리’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탄탄한 제품이다. 과유불급 이라 했던가, 테프론 코팅을 겹겹이 여러 번하여 만든 안타는(?) 프라이팬이라는 제품이 무슨 어제 오늘 나온 경이로운 제품이랍시고 거기에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들여 무슨 기상천외의 제품을 신비롭게 창조해 낸 것 같은 판촉을 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 할 것인데,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프라이팬에서 조리한 요리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의 광고비를 먹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는 것이, 300바트 수입원가 제품을 3,900 바트에 산 것이니 말이다.
허풍선이 대동강 물장수 봉이 김선달이 아닌, 조선중기의 거상 임상옥은 이렇게 말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하기에,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 보다는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고, 사람이야 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신용이야 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
그렇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한낱 길가의 골목장사 이던 간에 장사의 이치는 동일 한 것이고, 그 상행위 와중에 만난 사람들과 제품이 바를 때 장기적으로 최고의 이윤을 닦아 나갈 수 있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쌓아진 신용 이라는 자산은 후대에 이르러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국가 간의 교류에서도 동일한 이치임을 새삼 말해 무엇 하리 싶다.
또한, 이런 산업계의 거래행위를 통한 양국간의 교류는 <한류>가 ‘흘러가는 유행의 한류(韓流)’로 ‘흐르다가 식어버리는 한류(寒流)’가 아닌,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영원히 그들 마음속에 머무르는 한류(韓留)’로 남게 하기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라 할 것이다.
K. Weerachai 블로그 캡춰
태국 소비자재단 제공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