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인들의 태국 프리즌 브레이크
출처/더 네이션
매우 낯익은 영화의 각본 같다.
태국 남단 쏭클라의 불법입국자 시설에 억류중이던 위구르인 20명이 한꺼번에 감쪽같이 탈출했다. D데이는 천둥치고 비가 쏟아지던 지난 11월 20일 새벽 2시.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만 빼면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언제부터였는지 이들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수용소 2층 외벽을 조금씩 몰래 긁어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직경 30cm 크기의 구멍 2개가 완성됐다. 하지만 2층 감옥 밖 아래에는 철조망이 뒤엉켜 위협적이었다. 이들은 매트리스로 철조망 가시를 무력화 시키고, 담요를 이어 묶어 땅바닥에 늘어뜨렸다. 감옥 바깥을 비추는 CCTV가 있었지만 경찰이 탈옥을 감지했을 땐 이미 늦었다.
30여 명의 경찰과 이민국 관리들이 사냥개들까지 풀어 수색작전을 펼쳤지만 고무농장 주변에서 탈주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 몇 개를 발견한 게 전부였다. 수용시설이 위치한 곳과 말레이시아 국경과는 불과 500m. 태국 경찰은 이들이 이미 국경을 넘어 도주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행선지는 터키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음날 즉시 이 억류시설을 책임지고 있던 이민국 사령관 포함 6명의 경찰들이 한꺼번에 경질됐다. 태국 언론들은 안보 망에 구멍이 뚫렸다고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해안선 길이 3,219km에 51만3천평방킬로 미터의 면적을 가진 태국은 타국에서 유입되는 소수민족과 불법입국자가 많다. 미얀마를 탈출한 보트피플 로힝야족의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의 화두가 되기도 했으며 탈북자 또한 태국을 많이 거친다.
위구르인들도 태국으로 불법 유입된 타국민 중의 하나이다. 중국 서북부 신장지구에 위치한 이들은 2014년 중국의 박해를 피해 300명이 훨씬 넘게 대거 태국으로 불법 입국했다. 중국과 터키가 동시에 자국민이라고 주장하자 태국은 ‘오락가락’ 정책을 펼쳤다.
2015년 6월엔 300명 중 172명을 이슬람교로 종교가 같은 터키로 보냈고, 한달 뒤인 같은해 7월엔 109명을 중국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 뒤엔 여러 명이 몇번씩 제 3국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남은 25명 가운데 이번에 20여 명이 탈출한 것이었다.
중국은 자국을 탈출한 위구르족을 무장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태국이 중국의 요청에 따라 이들을 송환하자 국제사회는 반인도적 처사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2015년 8월엔 태국 방콕의 최중심부인 에라완사원에서 폭탄이 터져 20여 명이 사망했는데, 일각에선 중국 강제소환에 불만을 품은 위구르인들의 소행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실제로 현재 에라완 폭발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돼 재판 중인 2명은 위구르인이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탓인지 일부에선 위구르인들을 일부러 ‘놓아준 것’이라는 말도 있다. 태국언론들에 따르면, 이민국 경찰들에 대한 ‘도주 방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도 한다.
태국은 얼마 전 최종심을 앞둔 잉락 전 총리가 유죄확정을 피해 해외로 야밤 도주했다. 그 때도 부실행정에 대한 비판에 이어 해외도피 방조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태국 고위 당국자는 “태국의 국경선이 얼마나 긴데”하며 ‘불가항력’적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국제관계나 정치는 전략과 술수가 많다지만 최근 미얀마를 탈출하는 수십만 로힝야족들의 고통이나 이번 위구르인들의 사례를 보면 발붙이고 맘 편히 살아가는 내 나라 내 땅에 대한 감사함이 더욱 절절하다. 외국에 살아보니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