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2017년 12월 17일부터 교통 범칙금 납부방식을 다원화해 변화를 기대케 하고 있다.
범칙금 납부를 경찰서 뿐만 아니라 은행, ATM, 인터넷 등으로도 확대하고, 교통 스티커에는 위반 항목과 납부 방식도 선택하도록 했다. 위반사항은 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표기된다.
태국에선 종전까지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단속 경찰관이 현장에서 면허증을 압수한 뒤 스티커에 위반 사실을 명기했으며, 운전자는 하루 뒤부터 관할경찰서에 벌금을 납부하고 면허증을 돌려받는 방식이 주조를 이루었다. 몇 년 전부터 무인 카메라 도입 후 과속이나 신호 위반자에 대해서 범칙금 통지서를 일부 발부하고도 있으나 이를 통해 납부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범칙금 납부 방식이 불편하다 보니 교통경찰관의 부패가 끊이지 않았다. 위반자는 다음날 면허증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해야 하는데 방콕에 있는 사람이 지방을 통과하다 면허증을 압수라도 당하면 몇 배의 고충을 겪게 마련이었다. 그러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으로 현장에서 경찰과 `현금 타협’을 보는 경우가 빈번해진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비 양심적 경찰은 “여기서 바로 해결하는 게 나은가. 나중에 경찰서에 와서 면허증을 찾는 것이 좋겠냐”며 불법을 앞장서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4년 군사 쿠데타 이후 이런 부패가 줄어들긴 했으나 경찰들의 비리는 `행정시스템’의 미비가 초래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운전자가 위반 사실이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교통 스티커에 위반사실이 표기되면 시시비비를 다퉈볼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납부는 아직까지는 끄룽타이 은행에 국한하고, 인터넷 뱅킹이나 ATM을 이용하면 수수료 20바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바로 범칙금을 내지 못하고 관련 사실이 시스템으로 이첩 될 때까지 이틀 이상 기다려야 한다. 물론 경찰관이 면허증을 압수하면 이런 방법은 여전히 사용할 수 없다. 태국 경찰은 범칙금 발부 데이터 베이스를 토지운송국과 공유해 범칙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자동차세 지불을 일시적으로 유예토록 할 방침이다. 자동차세 납부영수증이 없으면 벌금대상이다.
태국에선 대부분의 교통법규 위반은 400바트(한화 1만3천600원) 내외로 난폭운전, 차선위반, 불법유턴과 주정차, 번호판 미부착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불법차량 개조, 불법개조, 신호위반은 1천 바트(한화 3만4천원)다.
한편 방콕 교통경찰은 새 교통범칙금 납부방식 실행과 함께 12월 18일부터는 헬멧을 쓰지 않은 모터사이클 운전자에 대해선 모터사이클을 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12월 25일 이후부터는 모터사이클 압수는 물론 1천바트의 벌금까지 함께 부과하고 있다.
태국은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과도헌법 44조를 적용해 안전벨트 미착용 벌금대상자를 택시 승객에게도 부과하고 승합차의 최대 승차 인원을 12명으로 제한하는 등의 다양한 교통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모든 택시들에게 GPS를 달게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태국 법무부는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해서는 병원 시체 안치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안을 만들어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아이디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국의 이번 교통법칙금 납부방식 변경은 교통사고율 아시아 1위, 세계 2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고 연말연휴 동안의 악명 높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태국에선 매년 쏭크란 연휴 때면매시간 2.3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160명이 다치는 등 단골 해피토픽이 될 정도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백방의 아이디어와 다양한 벌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발생한 68만 건의 교통법규 위반 건 중 범칙금 납부는 11%에 불과했다. 교통사고율도 눈에 띄게 떨어지진 않고 있다. 교통 행정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한 준법정신이 더 성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12월 25일부터는 오토바이 헬멧을 안쓰면 오토바이 압수와 함께 1천바트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