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간 신인류의 신남방정책교류 '딸기韓流 vs 치약泰流'
한 해 동안 태국에 입국하는 한국인 여행자 수가 200만 명을 넘나들며 일본을 제치고 Top 3 태국방문국가(중국, 말레이시아, 한국)로 자리잡은 요즘, 한국관광객들 사이에 때아닌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데, 다름아닌 태국 생필품 쇼핑이다. 방콕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진열선반에 채워진 몇가지 생필품류 제품들이 한국인 신세대 관광객들에 의해 비워지는 진풍경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되는데,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그 대표 인기제품들이 태국 특산품류에 속하는 근육이완제, 멘솔향 흡입약제 또는 열대과일 맛 칩스 류에 그치지 않고 치약, 라면, 땅콩과자 등 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관광객 구입상품들은 한결같이 태국과 동남아의 독특한 향신료 냄새를 그득 함유한 것들이며, 예전에는 방문객들에게 한번 먹어보라고 권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가 그득 들은 제품들 투성이다.
필자가 처음 태국에 발을 디딘 것이 1995년이었는데, 그 당시 한국인 관광객의 주류는 젊은층 개별 여행객들이 아닌 중장년 위주의 단체 관광객이었다. 그들이 선물과 여행기념으로 사가는 것들은 다름아닌 한약재, 보석류, 악어가죽 핸드백, 가오리가죽 지갑 그리고 심지어 코브라 쓸개 등 이었던 반면, 요즘 신세대 개별여행객들이 기념으로 구입해 가는 상품들이 생필품 위주로 변한 것인데, 사실, 이런 동남아 내음의 향신료가 들어간 태국라면이나 과자 등은 그 당시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철저한 기피의 대상이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태국 현지공장으로 주재 나온 대기업 간부가 자신은 ‘다른 것은 몰라도 절대로 안남미 밥은 입을 찢어도 먹을 수 없다’며 이삿짐에 한국쌀을 몇 가마니 싣고 와서 보관해 놓고 밥해 먹다가 쌀벌레가 창궐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모조리 떡을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일화가 다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심지어 언젠가부터는 태국 자스민 쌀(카우싼 험말리)이 소화가 잘되고 맛있으며, 태국 생선액젓(남쁠라)과 쥐똥고추(프릭키누) 맛을 잊을 수 없다면서 귀국시 다량 구입해 가는 촌극마저 일고 있으니 그 격세지감을 따로 말해 무엇할지 싶다.
한편, 연간 50만명 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태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을 다녀올 때 예전 인기 품목인 딸기와 김 뿐 아니라 바나나 우유에 라면 신제품 등을 사가지고 오는 형국이고 보면, 이제 양국간의 ‘딸기한류’와 ‘치약태류(?)’는 더이상 ‘못말리는(?) 조류’가 된 것 같다.
혹자는 한국을 방문하는 태국인 숫자가 태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숫자에 크게 못미쳐 4배 이상의 역조를 보인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 역시 태국과 한국의 1인당 GDP 격차를 볼 때, 태국인들이 한국여행을 선호하는 열풍은 한국인이 태국여행을 선호하는 숫자 보다 더 열성적 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태국 방문 열풍도 방문자 수에 있어 일본을 제친 것 뿐 아니라, 국경이 태국남부에 맞닿아 있어 육로로 쏭클라, 핫야이 방면을 수시로 드나드는 말레이시아인들을 제외 하면 중국 다음으로 2번째이기에, 아직 중국인들의 인해전술 뿐 아닌 철사장에 축지법까지 동원한 쇼핑행각과 맞겨룰 경지(?)에 이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긴 하나, 한·태 양국 모두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방문 열풍이다.
한마디로 양국간 문화 교류의 시금석인 관광 열풍은 ‘한류(韓流)’를 넘어 ‘태류(泰流)’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며, 그 저변에는 한류의 분위기 메이커인 케이팝과 드라마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화장품, 음식 및 농산품류 등이 있어, ‘태류(泰流)를 만들어 낸 치약, 라면 등 기호식품류 생필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월은 흘러, 터무니없이 비싼 짝퉁 한약재와 가짜 짜코브라 쓸개 그리고 저품질 보석을 고가로 마구 사들이던 ‘묻지마 한인쇼핑 관광객시대’가 가고 한-태간 신인류들의 ‘딸기한류(韓流) 와 치약태류(泰流)’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다소 우스꽝스럽고 역설스럽게 들릴 이야기 일지는 모르겠지만, ‘태국내 한류가 꺽여 내려가는 변곡점에 와있다’는 일부의 의견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는 지나간 ‘악어가죽백’과 심지어 ‘코브라 쓸개’가 주요 기념품이던 단체관광객 위주의 시절 대비 한층 더 긍정적이고 발달된 모습이라고 보아진다.
왜냐하면, 첫째로 한류(韓流)가 일시적인 ‘유행이나 흘러가는 류(流)자의 한류(韓流)’로 지나다가는 어느 순간 ‘우리도 모르게 식어 버리는 한류(寒流)’가 될 수도 있으나, ‘태국인들의 마음속에 두고 두고 머무르는 머무를 류의 한류(韓留)’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 국가의 One-Way Communication이 아닌 양방 국가간의 Two-Way Communication이 실행되어져야 하고, 둘째로, 양국 국민들이 엔터테인먼트 또는 호기심 차원의 특산품 구매를 넘어서,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각종 공업제품이나 농산물들을 상호 무역우위에 따라 구매하여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순서로, 자연스럽게 양방 국가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분야별로 각종 인프라 비교 우위에 따른 R&D 및 생산기반의 교류와 생산기지 진출이 확충되면, 양 국간의 우호선린 협조는 공허한 구호성 외침이 아닌 현실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볼 수 있기에 말이다.
몇일전 방콕 켐펜스키 호텔에서 있었던 ‘한-태 수교 60주년 기념 매경 태국포럼’에서 쏨낏 부총리가 힘주어 하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은 전자, 자동차, 조선, 통신 등 제 분야에서 태국의 본보기가 될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자랑스러워 하는 괄목한 발전을 이룩한 나라아닌가요? ‘한국의 4차 산업혁명과 Thailand 4.0’이 만나 한국이 경험과 강점 그리고 노하우를 전수 및 투자 해주면, 태국은 아세안 산업 허브가 되는 각종 산업개발에 황금 투자기회와 테일러메이드식 지원 방안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