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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피플 | DailyPeople

해리의 "태국 이야기"(20) 엔드리스 태국한류, 팬과 한류스타들의 깜짝 만남

엔드리스 태국한류, 팬과 한류스타들의 깜짝 만남


태국 한류는 ‘늘 푸른 소나무’다. 2006년 2월 레인(비, 정지훈)이 태국 최초의 규모 있는 콘서트를 연 이래 12년간 단 한번도 꺾이거나 후퇴한 적이 없다. 일본이 예전만 못하고, ‘황금시장’으로 여겨졌던 중국에서도 곤란이 제기되지만 태국만은 ‘독야청청(獨也靑靑)’이다. 70년 동안 통치하던 태국 국왕이 별세해 상중 분위기이던 때와 물난리 등으로 ‘일단 멈춤’은 있었으나 이렇게 오랫동안 ‘맹목적 지지’를 받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18년도 조금의 어김이 없다. 특히 K-POP의 인기는 언제나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지난해 24차례의 콘서트가 열린데 이어 올해는 10월 현재 25개의 K-POP 콘서트가 열렸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팬미팅은 57건에 이른다. 이를 환산해 보면 매주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한국 아티스들이 태국을 다녀간 셈이다. 지난 6월엔 정점을 찍었다. 한달 동안 팬미팅 5회, 콘서트 6회가 열려 한류스타를 복수로 좋아하는 태국팬심(心) 은 고민이 컸을 것 같다. 


K-POP 콘서트는 올해 더욱 대형화 되며 더 뜨거워 졌다. 방콕에서 가장 큰 실내 공연장은 임팩아레나인데, 갓세븐, 엑소 등이 3일 내리 콘서트를 개최하며 매진을 이어갔다 .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지난 9월말 태국에서 열린 KCON은 컨벤션과 콘서트를 겸한 종합한류 행사였는데 콘서트에는 10팀이 넘는 K-POP 팀이 참가해 이틀동안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KCON의 입장권 2만장은 발매 1시간만에 동이 났다.


올해 6월 이후엔 아이돌 그룹들은 혼자서 또는 유닛으로 나뉘어 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소녀시대’ 수영, 윤아, 티파니 등이 홀로서기 팬미팅으로 태국팬들을 만났고, 팬들이 만들어준 조합인 JBJ의 상윤, 켄타, 김동한, 권현빈 등과 인피니트의 엘 등도 각각 태국을 찾거나 찾을 예정이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주인공이 정해인과 ‘W, 더블유’ ‘닥터 이방인’ 등의 이종석 등이 팬심을 확인한 가운데 팬미팅의 절대다수는 K-POP 가수가 차지하고 있는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태국을 빈번히 넘나드는 동안 태국 팬들의 성원은 뜨겁고도 감격적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차트에서 고공비행하는 동안 태국 팬클럽들은 이들의 데뷔 5주년을 맞아 피를 뽑았다. 헌혈 프로젝트로 무려 1천5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20만CC의 혈액을 모았다. 한태교류센터 KTCC가 마련한 BTS 기획사의 지난 5월 태국 방콕 오디션에는 이렇다 할 홍보도 없이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코끝을 찡하게 하는 태국 팬들의 선행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들 팬클럽들은 한류 스타의 이름으로 꾸준하고도 묵묵히 잘 돌보지 않는 태국 구석구석을 찾고 있다. 한마디로 K-POP 가수들이 태국에서 롱런하게 하는 ‘수호천사’요, 한류의 지렛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슈퍼주니어 팬클럽들은 고아원 방문은 물론이고 홍수방지 나무에 부목을 설치하는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빅뱅의 팬클럽 VIP는 심장병 어린이돕기 모금운동을, 인피니티의 팬들은 쌀을 사 정신지체아가 있는 사회복지 재단에 보냈다. 샤이니의 팬클럽은 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일도 샤이니의 이름으로 하고, 노인들을 위해서 위생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태국 남부분쟁 지역의 군인들에게 의약품을 보낸 것도 샤이니 팬클럽이었다. ‘러닝맨’의 이광수 팬들은 이광수의 생일마다 고아원을 방문한다. FT아일랜드의 태국 팬클럽인 ‘프리마돈나 타일랜드’는 불우 학생들에게 장학금 전달 캠페인을 펼쳤고, 지드래곤의 팬들은 ‘장애동물복지재단’을 위해 모금을 벌이기도 했다. 걸스데이, B1A4 등 다 말하지 못할 이 밖의 태국 수많은 K-POP 팬클럽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선행은 보도자료도 안 뿌리니 언론에 나올 일도 없다. 모두다 그들의 이름이 아닌, 한류스타와 K-POP 아이돌의 이름으로다. 

‘지속 가능한 한류’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한류의 뿌리를 탄탄하게 하는 태국의 ‘수호천사’들인 팬클럽을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야 말로 태국에 한국과 한류의 좋은 이미지를 증폭, 지속시키는 ‘핵심’인 것이다.


태국의 1인당 GDP가 한국의 4분의 1수준이며, 대졸 첫 월급은 60만원이 될까말까한다. 그럼에도 가장 비싼 20만원 짜리 콘서트 티켓을 아낌없이 사주는 태국 팬들의 ‘용광로 같은’ 사랑은 불가사의 하기까지 하다. 한류는 한국 화장품, 음식, 관광 등 각종 경제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여러 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확인되고 있는 터다.


K-POP 등 태국 한류의 수요자들은 10대부터 20대가 많다. 한국은 오래 전에도 태국의 젊은이들로부터 빚을 졌다. 6.25 전쟁에 참전해 127명이 전장에서 숨졌다. 당시 대부분이 20대의 새파란 젊은이들이었다. 지금의 태국 젊은이들은 한류와 K-POP에 대한 ‘늘푸른 모습’으로 68년 전 사랑을 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 때는 한국의 전장터에서 피를 흘렸지만 지금은 한국스타를 응원하는 헌혈선행을 한다. 그 때고 지금이고 뜨겁고 귀하기 그지없는 피다.


올해는 한국과 태국이 60주년을 맞은 해다. 12간지가 5번 돌아온 60은 닮은 점도 퍽 많은 한국인 태국인 모두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숫자다. 양국의 공식 수교일이 있는 10월 첫째주의 6일과 7일 방콕 센트럴월드에선 한태수교 60주년을 기념해 K-POP 가수와 탤런트들이 태국 청소년돕기 자선바자회를 열었다. 필자는 뜨거운 지난 여름 두달에 걸쳐 이 자선행사의 참여를 호소하고 다녔는데 예상을 빗나가는 훨씬 많은 아티스들이 참여했다. EXO, 슈퍼주니어, 박보검, 송중기, 트와이스, 장동건 등 이름만 들어도 태국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한류스타 170여명이 자신의 애장품을 보내와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다. 팬이 있어야 스타가 있고, 팬의 힘은 한류의 구심점이라는 것을 한국 아티스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과 소통하는 태국한류가 더욱 견고히 확산돼 태국 사는 한국인들의 어깨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여러 이로운 경제효과로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한태교류센터 KT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