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초미세먼지 심각성 고조
태국의 미세먼지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태국은 매년 2-3월 산불을 내 거름을 만드는 북부의 농업방식 때문에대기가 오염돼 골칫거리였다. 태국 계절로 겨울인 신년 초에 방콕의 공기오염이 문제로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올해만큼은 아니었다. 방콕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만성적’인 상태여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베이징과 서울에서 미세먼지 우려가 다년간 지속되는 동안에도 태국언론의 화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서울과 베이징 못지 않게 올해는 거의 ‘난리 수준’이다.
2019년 1월 16일 오후 3시 기준(태국시간) 48시간 동안의 평균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서울 59, 베이징 85, 방콕 97로 방콕이 가장 높았다. 하루 전인 1월 15일 쁘라윳 총리 주재 내각회의의 주요 아젠다도 초미세먼지 대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당장 산업부 장관은 태국 전국 14만개 공장의 오염수치를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태국 공군은 산불진화에 쓰는 항공기로 물을 뿌려댔다. 방콕시는 시내 곳곳에서 허공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고, 경찰은 시커먼 매연을 뿜는 차량의 단속에 나섰다.
태국 관계 당국은 방콕에 사는 사람들은 3월 초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테니 참고 견뎌야 할 것이라는 예고를 하고 있다. 초 미세먼지는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데, 예방법은 현재로선 마스크 밖에 없다. 일반 마스크로는 안되고 N95 마스크만 가능하다. N95에서 ‘95’는 미세먼지를 95% 이상 막는다는 뜻이고, N은‘Not Resistant to Oil’, 즉 기름성분에 대해서는 저항성이 없다는 뜻이다.
기름 있는 곳에서는 소용없고, 대기중의 미세과립만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태국 한 기관에서 2천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50.3%가 마스를 썼다고 대답했다. 방콕의 1월 16일 한낮 최고기온은 33도. 영하권이면 모를까 30도 넘는 데서 마스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관계 당국은 마스크 판매 시 바가지를 씌우거나 사재기하면 한화 약 490만원의 벌금이나 7년의 징역형에 처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 오염통제국은 태국의 초미세먼지 발생 이유는 찬 날씨에서 더운날씨로 이동하며 대기순환이 잘 안되는 데다가 차량이 주범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 발생 이유를 중국에서 날아온 것과 자체 발생한 것으로 나눠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국과 거리가 먼 태국 방콕은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상당부분을 자동차 배기가스로 추정한다. 자동차 대부분이 지방으로 떠나는 연휴엔 방콕의 미세먼저 농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연휴를 마치고 다시 교통량이 많아지면 대기오염이 증가한다고도 말한다.
방콕시와 태국 육군은 지난 1월 14일과 15일에 걸쳐 곳곳에 물대포를 쏘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96에서 90으로 약간 떨어졌을 뿐 그 효과는 없다고 발표했다. 물 뿌린 날에도 방콕 22개의 주요도로와 15지역에서 초 미세먼지 농도가 여전히 안전치를 넘어선 것으로도 조사됐다. 각종 경제전망과 통계를 종종 발표해 신뢰가 있는 태국 가시컨 연구센터에선 초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비용으로 태국 경제에 31억바트의 손실을 끼칠 것이며 관광객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발 빠르게 발표했다. 1천100만 명의 방콕인구 중 최소 240만 명이 알러지와호흡기 질병에 직면해 했다고도 전했다.
태국 당국은 아직 ‘패닉 단계’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올해 느닷없이 심각해진 초미세먼지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불평하는 여론에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4월 이후 우기가 시작되면 잠시는 잊혀지겠지만, 방콕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이 차량에 기인한다면 태국의 겨울철엔 앞으로도 초미세먼지 문제가 여지없이 등장할 것 같다. 사실 해결 방법도많지는 않을 듯 하다.
방콕은 2017년 한 해에만 30만대의 신규차량이 등록하는 등 총 950만대의 차가 등록돼 있다. 홍수로 자동차가 잘 안 팔리던 2011년에는‘ 난생처음 차 사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는 장려정책을 펴면서 차량 판매대수를 사상최고치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방콕 시내 평균주행속도는 시속 18km이고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자가용 몰지 말고 대중교통 이용해 초미세먼지 줄이라고 하지만 비현실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콕은 지상철, 지하철이 안 닿는 곳이 너무많다. 조금만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살아도 자기 차가 있어야 집에 간다. 월급이 얼마 안 되도 차부터 사야한다. 대중교통망 확충한다며 지난해 말부터는 시내 곳곳 도로를 파헤쳐 공사 중이고, 차는 더 막힌다. 이래서 올해 더 초미세먼지 문제가 많아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상황이 심해지자 도로공사 중단지시도 나왔다.
2013년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베이징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993 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자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란 말을 쓰며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Air(공기)와 Apocalypse(대재앙)의 합성어로, 공기 오염으로 인한 종말을 뜻한다.
태국의 한 보고서도 향후 20년 안에 2만 명의 태국인이 미세먼지로 사망할 것이라는 ‘살벌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문명의 과다 이용과 단시안적인 국가 정책이 지구촌을 시커먼 굴뚝 안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만큼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별 총총 뜨는 맑은 하늘 바라보며 살던 옛날 그 시절이 꿈이었던가 싶다!
2019년 1월 29일 방콕의 오염지수 [출처 ht tps://aqicn.org/city/bangk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