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칸막이식 대응에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식 대책 질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북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뒷북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가동해 방역 총력전을 펼 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의원(전북 김제⋅부안)은 18일 “정부가 아직도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다”며 “관계부처를 총괄할 중대본을 설치해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경기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돼지 흑사병’의 기세는 여전하다. 지난 16일까지 파주와 인천 강화(각 5건), 경기 연천·김포(각 2건) 돼지농장에서 14건 발생했다. 민간인출입통제선 안팎 야생 멧돼지들에게서 발생한 것까지 합치면 한 달 새 21건에 이른다.
정부의 칸막이식 대응으로 인한 부처 간 정보공유 실패와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식 대책만 내놓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양돈 농가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 5월부터 환경부에 개체 수를 1㎢당 3마리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환경부는 “의미 있는 수준의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또한 환경부는 ASF 발생 지역 인근의 총기 사용도 금지해왔다. 급기야 지난 11~12일 야생멧돼지 4마리에서 ASF가 발생하고 나서야 방침을 바꿔 총기 포획을 허용했다.
환경부는 첫 ASF 확진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에도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 야생 멧돼지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공론화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을 통해 잔반사료가 ASF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음식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받았지만 환경부는 ASF이 발병하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국방부 역시 “DMZ를 넘어온 멧돼지는 없다”며 야생 멧돼지에 의한 발병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DMZ 내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나온 하루 뒤인 지난 3일에도 국방부와 환경부는“남방 한계선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ASF의 최대 피해자인 양돈농가를 보호해야할 주무부처는 농식품부이지만 발언력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북한 전역에 ASF가 창궐했다는 정보를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고 나서야 파악, 발생 초기 북한 발병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가 늦어지면서 사육 돼지방역에만 매몰돼 사태를 키웠다.
특히 ASF 방역 정책 주무 부처임에도 각 유관부처의 결정에 일사불란한 정보공유와 지원을 끌어내지 못하는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다. 또 가축방역 주무부처로서 방역에 실패하고도 매뉴얼에 따른 형식적 대응에만 치중하고 있어‘보여주기 식’ 방역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우선은 야생 멧돼지 방역 업무를 환경부에서 수의방역을 총괄하는 농식품부로 이관하고 서둘러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대본을 꾸려야 한다”며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뒤 환경부와 국방부, 농식품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방역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ASF가 야생멧돼지에서도 확인되면서 ASF 방역상황도 장기전에 들어갔다”며 “ASF는 치료제가 없어 100% 가까운 치사율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