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5개 지검 구두변론 관리대장 3년치 통계 분석
- 그간 대검에서 파악·관리하던 현황도 엉터리… 누적 오차 1천900여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서울 소재 5개 지검에서 있었던 구두변론의 38.5%가 부장검사 이상 결재권자에 대한 구두변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검찰청은 그간 각 지검·지청별로 구두변론 관리대장 기재 총 건수를 보고받아 파악하는 외에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실제 건수와 전혀 다른 엉터리 수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2016년 8월 <법조비리 근절 및 내부청렴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홍만표 사건 등 검찰 전관특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내놓은 자체 개혁 방안으로, ▲선임서 미제출 변론은 전면금지하여, 미제출 변론 시 감찰담당 검사에게 신고하고 변협에 해당 변호인의 징계를 신청하며 ▲선임서가 제출된 전화변론·방문변론에 대해서는 관련 사실을 서면으로 기록해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개혁안이 당초 도입 취지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국정감사 때 채이배 의원이 법무부·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선임서 미제출 변론에 대한 감찰 부서 신고 건수가 3년간 6건에 그치는 등 형식적으로만 운영된다는 정황이 짙었다.
이번에 채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국정감사에서의 문제제기를 토대로 2016년 9월 제도 시행 이후 9월 말까지 3년간 서울 소재 5개 지검의 구두변론 관리대장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것으로, 해당 기간 동안 5개 지검에서 기록된 구두변론은 총 32,47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평검사가 아니라, 부장검사 이상 ‘결재라인’에 대한 구두변론이 전체의 38.5%(12,496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채이배 의원은 “부장급 이상 검사를 편하게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변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 연고도 없는 젊은 변호사보다는 검찰에서 상당 기간 근무를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구두변론 관리대장’이 애초부터 검찰 전관특혜 근절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고, ‘고위급 현직 검사를 통한 영향력 행사’라는 검찰 전관특혜의 전형적인 양상에 부합한 자료가 꾸준히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에 대해 선제대응하기는커녕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법무부·대검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 동안 구두변론 관리대장 미기재·부실기재·허위기재 등으로 징계나 감찰이 실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대검찰청은 매 분기마다 각 청별로 구두변론 총 건수만을 보고받는 데 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5개 지검 전수조사 결과, 대검찰청이 파악하고 있던 구두변론 건수마저도 실제와 전혀 다른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분기마다 적게는 12건에서 많게는 409건에 달하는 오차가 발생했고, 3년간 누적된 오차는 1,916건이었으며, 정확하게 집계된 기간은 단 한 분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파악한 검찰은 변론권 강화 및 전관특혜 근절 차원에서 구두변론 관련 내용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등록해서 전산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채이배 의원은 이에 대해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검찰이 그 동안 이 자료를 수기 장부로 적고 관리했다는 사실이 충격일 정도로, 전산화는 가장 기초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며, “전산화로 자료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투명성과 활용성 역시 함께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채 의원은 “검찰 자신이 수사기관이다 보니 모든 자료를 범죄수사의 단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후에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수사를 개시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부통제를 위한 사전 점검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는 성실하게 소신껏 일하는 검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회=오풍균 기자 mykore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