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지존’을 향한 태국정당 대표의 ‘하이와이’
태국의 인사법을 태국어로‘ 와이’라고 한다.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는 법인데 합장한 엄지손가락의 위치에 따라 상대의 무게와 존재감이 다르다.
보통의 인사에는 두 손을 모은 엄지손가락이 가슴 정도에 온다.
와이로 인사를 받으면 와이로 인사를 하는 것이 태국 예절이다. 와이로 인사를 하는데 와이로 답례하지 않으면 ‘예의 없음’으로 인식된다. 외국인이라도 태국에 오면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다.
부모나 웃어른에게 ‘와이’로 인사할 때는 엄지손가락이 코 위치까지로 높아진다.
가끔 엄지손가락이 눈 위 이마까지 오는 흔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는 상대가‘ 극존’. 국왕이나 부처다.
2월 13일 태국 대부분의 신문 1면에는 이‘ 극존 와이’ 이른바‘하이와이’를 하는 사람의 사진이 실렸다. 이마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타이락사찻 당의 쁘리차뽄 뽕파닛 대표. 이 당은 며칠 전 태국 우본랏 공주를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가 10여 시간 지난 뒤 태국 국왕이‘ 왕족은 정치 위에 있다’는 간단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대 의견을 내자 곧바로 후보 지명을 철회한 곳이다.
쁘라차뽄 대표는 ‘2월 8일 사건(공주의 총리 지명을 태국 언론은 2.8사건으로 부른다)’ 이후 처음으로 당사 앞에 모습을 나타냈는데, 기자들이 몰려들자 엄지손가락을 이마에 댄 ‘하이와이’를 한 것이었다. 이‘하이와이’가 기자들에게 한 것은 당연히 아닐 테고,‘태국 지존’ 국왕을 향해 한 것이었다.
기사를 읽지 않고 슬쩍 사진 한 장 만 봐도 태국인 모두는‘ 국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어 그는 공주의 총리지명이 부적절하다는 왕령을 받아들이며, 당 차원에서 이를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그 어떤 이견도 없었다.
그런데 당대표의 ‘하이와이’에도 후폭풍은 거세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타이락사찻 당이 ‘왕실을 정치에 이용하면 안된다’는 현행법을 위반했는지를 검토하며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문의했다. 태국은 정당의 간부들이 법을 위반하면 당은 해체되고, 관련 간부들은 향후 10년간 또는 평생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또 태국 선거법은 국회의원 출마를 하기 위해선 입후부자가 선거전까지 최소한 90일간 정당소속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주의 총리후보 등록과 철회까지 단 하루간의 ‘소동’이었지만,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자칫하면 친 탁신 정당인 타이락사찻 당의 공중분해는물론 이 당 소속 주요정치인들의 장기간 정치활동 금지에 선거를 코앞에 둔 모든 후보자들이 일제히 후보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중대하고도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합장한 손을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 인사하는 정당대표의 ‘하이와이’사진 한 장을 통해‘ 절대지존’인 태국 국왕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출처/방콕포스트